[29cm 둘러보기(1)] 지나가는 고객1의 관점에서 본 29cm는...

2022. 2. 2. 18:11

2020년 11월 이후로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쇼핑앱 29cm. 나는 왜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이번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사용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이유를 정리하려고 한다. 우선 29cm가 성공적으로 타겟팅한(ㅋㅋ) 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기호]

- 좋아하는 분위기는 화려한 것보다는 깔끔한 것. 포인트 한 두 개 정도 있는 것이 좋다. 

- 좋아하는 동네는 성수동과 한남동. 역사가 있는 종로와 광화문도 좋아한다. 강남대로나 압구정로데오 같은 분위기는 선호하지 않는다. 

- 즐겨듣는 음악은 쿨재즈, 보사노바재즈, 디제이믹스, 올드팝, 클래식, 팝. 사운드클라우드 사용한다.

- 좋아하거나 화제성이 있지 않은 이상 국내 아이돌 음악과 한국 힙합은 잘 듣지 않는다.

- 좋아하는 소재는 어두운 톤의 나무, 유리, 그리고 스테인리스스틸. 나일론과 플라스틱을 좋아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

- 취미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 만드는 것을 좋아해 베이킹과 펜드로잉을 즐겨한다.

- 트렌드를 놓치고 싶지는 않지만 남들 다 하는 걸 무조건 따라 할 생각은 없다.

- 새로운 것에 환장한다. 일상에서 벗어난 이색적인 경험을 좋아한다. 그래서 놀러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 새로운 식재료에도 환장한다. 지금은 사업이 종료됐지만 PK마트를 구경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향신료와 음료 구경을 좋아한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나는 호불호가 강한 깔끔하고 정제된 트렌디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남들 눈에도 그런지는 모름.ㅋㅋ)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1년 정도 꾸준히 사용한 고객으로서 어떤 인상을 받으며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주로 모바일 버전으로 사용해서 그 위주로 살펴보겠지만, 기왕 글 쓰는 거 PC버전으로도 둘러보자.

1.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쇼핑몰은 물건을 파는 곳이다. 홈 화면은 그들이 파는 물건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게 화면을 배치하는 곳이다. 그리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브랜드 위주로 소비자에게 노출된다. 고객은 자신이 직접 나는 '바게트백'을 사겠어 하고 키워드를 검색하기 전까지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브랜드와 상품을 수용하게 된다. 홈 화면은 고객에게 먼저 제안하는 공간이다. 

 

홈 화면 상단에는 절반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는 배너가 걸려있다. 배너 자체는 브랜드 무관하게 사용하는 것이므로 넘어가겠다. 다만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거의 유일하게 양쪽 여백 그리고 사이드바를 모두 차지하는 크기라는 점은 눈에 띤다. 배너 아래에는 크게 프로모션, 우먼, 맨, 홈, 테크, 뷰티 총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이 카테고리 라인 아래에 있는 컨텐츠는 사용자가 선택한 카테고리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컨텐츠의 내용(상품)만 달라지는 것이지, 레이아웃은 동일하다. 특징은 블로그 프리뷰 화면과 같이 글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나중에 무신사도 다뤄보겠지만 무신사 홈 화면에는 글, 특히 말을 건네는 듯한 문장은 찾아볼 수 없다.)

 

홈 화면 안에 있는 컨텐츠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는 포스트 형식으로 된 것. 블로그 글 표지와 비슷한 모양이다. [사진]-[제목]-[코멘트]-[상품 2개]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글은 없지만 가로 슬라이드 형식으로 볼 수 있는 사진 위주의 컨텐츠도 있다. 이 형식은 단순히 실시간 베스트 같은 것만 테마로 삼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발걸음'과 같은 독특한 제목과 함께하기도 한다. 홈 화면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비중이 적은(윗 부분에 한 번 등장하는) 리스트 형식의 컨텐츠가 있다. 아래 그림의 세 번째 사진을 보면 된다.

앱 화면 기준 홈 화면

레이아웃과 컨텐츠의 내용이 인상적이다. 앱 화면 기준으로 홈 화면 대형 배너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진과 글이 우측정렬로 되어있다. 반면 PC버전에서는 수직으로 나열된 대형 배너만이 좌측정렬 되어있고 컨텐츠들은 가운데 정렬이다. 앱 화면에서 우측 정렬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컨텐츠 형식 중 가로 슬라이드 형식으로 봐야 하는 것이 있어서일 것이다. 보통 우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기에, 깔끔하게 이미지가 등장할 수 있게 하려고 아예 모든 컨텐츠를 우측 정렬한 것이다. 이 생각이 떠오른 이유.. 컨텐츠들이 중앙 정렬된 PC 버전에서는 가로 슬라이드 컨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웹디자인 전공자가 아닌지라 사소한 거 하나만 발견해도 오오...이런다.ㅋㅋ 29cm는 물건을 파는 곳이지만 웹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머릿속이 중구난방 어지러운데. (왜 이런 방식을 택한거지 어느 시장을 타깃으로 한 거지 등등..) 떠오르는 생각의 흐름들은 대체적으로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29cm는 상품의 훌륭한 포장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PC버전 기준 홈 화면

2.

29cm의 타겟은 극강의 가성비족이 아니다. 브랜드를 보고 물건을 고르며, 가격이 나가더라도 양질의 상품을 사려고 한다. 나도 그렇다. 가격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쁜 물건 앞에는 장사없음. 물론 온라인 쇼핑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세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브랜드에게는 가격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다른 쇼팽 플랫폼과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애초에 플랫폼이 상품의 직접적인 생산자가 아니기 때문에 독점 프로모션을 제외하고 가격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플랫폼 내부에서도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쿠팡과 같이 동일한 상품을 가지고 여러 판매자가 경쟁하지 않는다. 각각의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물건을 판매한다. 옷에서부터 접시와 펜까지 모든 상품이 그렇다.

 

그러면 가격 외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음을 건드려야지, 고객이 사고싶게 만들어야 한다. 양질의 물건을 보기 좋게 포장해서 판매해야 한다. 사실 모든 물건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쓸 수는 없다. 다만 29cm는 브랜드 정체성에 잘 맞는 브랜드를 잘 골라 입점시킨다.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컨텐츠로 적극 활용한다. 그러면 해당 브랜드들은 알아서 그들만의 무드로 29cm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솔직히 이 이상의 생각은 나의 상상의 나래일 뿐 실질적 가치를 지닌 것들은 아닌 것 같다. 소비자로서 내가 느낀 29cm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적당한 모던함과 트랜디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뿐. 나는 왜 이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을까? 

 

3. 

29cm의 뼈대는 정말 정~말 심플하다. 색상은 흰색, 회색, 검정색, 주황색 네 개를 사용하며 폰트도 영어와 한글 각각 통일되어 있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이 경계를 강하게 구분하는 느낌이 아니라 무겁지 않고 깔끔하다. 이렇게 틀은 스텐같이 깔끔하지만 사진은 감각적이다. 화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제품 발표회 사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각 상품과 브랜드의 개성이 주어진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벗어나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원체 틀이 깔끔하고 가벼워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 브랜드가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글'이다. 그것도 유머가 살짝 섞인 대화체 같은 글 말이다. 나도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느낀 건데, 무신사는 소위 말하는 물욕이 없으면 잘 안 들어가게 된다. 근데 29cm는 인스타그램 들어가는 것같이 그냥 살 거 없어도 들어가게 된다. 왜냐면 거기에는 예쁜 물건들과 그것에 대한 글들, 잘 꾸며진 테마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대사 하나하나는 극강의 깔끔함을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마냥 뻣뻣해보이지 않게 만든다. 적당히 유해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래서 매체들이 29cm를 두고 '매거진 같은 쇼핑몰'이라고 하나보다. 

 

 

결국 우리가 사는 물건은 우리 삶 속에 녹아든다. 우리는 단순히 자켓을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자켓을 사는 것이다. 그 상황,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도록 돕는, 그리고 그것을 강화해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를 배제하지 않고 컨텐츠 안에 녹아들게 하면서, 결국 고객이 원하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물건을 파는 것. 말이 횡설수설이지만 명품 브랜드가 가방이 아닌 로망을 판매하는 것과 같이 29cm라는 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생각한다. 멋진 삶과 모습을 꿈꾸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랄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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