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1월 14일의 사진일기 | 스웨덴 웁살라 교환학생
도착 다음날 이케아 오픈런 하는 의지의 한국인
다음날 아침 같은 학교 친구들과 이케아를 갔습니다. UL앱도 안 깔고 사둔 정기권도 없던 저는 편도 5천원 정도 되는 잔인한 가격의 버스비를 내고 이케아로 향했습니다. 이케아의 고향에서 먹는 미트볼 맛을 기대하고 매장에 갔는데, 세상에 미트볼은 11시에 나온다는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는 매장을 오픈 시간인 10시에 맞춰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아쉬운대로 커피와 블루베리 머핀을 먹었습니다. 사실상 스웨덴에 도착해서 먹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습니다. 역시나 꿀맛이었습니다.
첫 쇼핑에 10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대충 이불 사고 쓰레기통 사느라 그렇게 나오게 됐다는 핑계를 대겠습니다. 자취는 처음이라서 잘 몰랐는데, 한 사람이 제대로 자리 잡고 살기 위해선 참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됐습니다..엄마미안!-!!-!!)
그 뒤에는 네이션(한국의 대학 동아리 같은 개념인데 지역 향우회 역할도 하는 단체) 투어가 있어서 부랴부랴 합류했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는데, 저는 유럽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우산 없이 참여했습니다. 후후.. 저야 뭐 머리만 젖어서 별 일 없었지만 다 젖은 대본을 겨우겨우 넘겨가며 설명하는 가이드 학생이 왠지 안쓰러웠습니다. 핸드폰으로 대본을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던 네이션 투어를 마치고 친구들(빈쨩과 윤쨩이라고 하겠습니다)과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진라면 매운맛이었는데 정말 게 눈 감추듯 해치웠습니다. 친구들한테 라면 잘 끓인다는 칭찬을 들어 뿌듯했습니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다 젖은 운동화 대신 어그를 신고 진쨩 방에 두고 온 이케아 짐을 찾아왔습니다. 저는 평소 어그를 싫어하던 사람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어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역시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찡얼대면서 챙겼던 어그를 이렇게 유용하게 신고다닐 줄 몰랐습니다.
두 번째 난관에 봉착하다
마스터카드만 7개 들고 온 저는 두 번째 난관을 만났습니다. 지역 교통카드 금액 충전을 위해 카드 온라인 등록을 해야 하는데, 마스터카드로는 등록이 완료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15일 새벽 네시까지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가서 마스터카드(아니면 하나카드)의 문제인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사진으로 보내주신 비자 카드 정보로는 온라인 사용 등록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교환학생은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둘 다 들고오면 좋다는 사실을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참 깨닫는 것도 많죠, 오히려 좋습니다. 나중에 해외여행 갈 때 둘 다 챙기자는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요.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카드로 인해 뒤집어진 속을 뒤로하고, 마트에 가서 화장실 용품과 마실 것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용 허브를 하나 더 사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로잉 노트를 찢어 문구 하나를 적고 벽에 붙였습니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저는 이 문장을 그저 캘리 클락슨 노래의 가사인줄로만 알았는데, 비행기에서 읽은 책에서 해당 문구가 니체가 한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두 종이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벽에 붙어있습니다. 아마 1년 내내 그 자리에 붙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는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1-17: 개강 이틀차에 팀플 과제 제출하라는 교수님을 만나버렸다 | 스웨덴 웁살라 교환학생 (0) | 2023.01.29 |
---|---|
2023년 01월 16일의 사진일기 | 스웨덴 웁살라 교환학생 (2) | 2023.01.29 |
2023년 01월 15일의 사진일기 | 스웨덴 웁살라 교환학생 (1) | 2023.01.26 |
2023년 01월 13일의 사진일기 | 스웨덴 웁살라 교환학생 (3) | 2023.01.26 |
바르샤바 공항에서 노숙하면서 쓰는 스웨덴 교환학생 출국일지 (2) | 202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