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 위스키 사러갔다가 테네시 위스키를 샀다 | 2023-03-07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글래스고 여행 1
스코틀랜드를 가게 된 이유
런던을 다녀온 이후, 정신을 차려보니 스코틀랜드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코틀랜드? 그 치마 입고 아코디언 같은 거 부르는 사람 있는 곳 아닌가' 정도의 관심만 가지던 사람이었는데..같이 스페인 가자고 공들여 꼬시고 있던 친구에게 되려 꼬심 당했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를 마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요. 당장 마트에서 냉동 피쉬앤칩스를 사먹을 수 있음에도 굳이 런던에 가서 먹고 싶은 심보와 비슷했습니다. 지금은 여행을 다녀온 상태입니다. 가서 위스키는 한 모금도 안 마시고 면세점에서는 미국 위스키(잭다니엘)만 한 병 사들고 왔습니다. 하하
런던 이후로 가는 꼴랑 두 번째 여행인데, 나름의 루틴을 만들겠답시고 이번에도 트윅스를 사들고 가서 먹었습니다. 화이트 트윅스는 일반 트윅스에 비해 쉽게 찾기 힘든데, 아 정말 맛있습니다. 챙겨가서 아침마다 먹으면 힘이 납니다 (당이 올라옵니다).
여행지의 첫인상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그 덕분이었을까요. 공항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감탄하느라 바빴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사실 Comviq 유심에 문제가 있어 버스 안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버스에 내려 경치를 둘러보니 그 스트레스가 싹 풀렸습니다. 아, 문제는 별 게 아니고..아미고 버전으로 구매를 했음에도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거였습니다. 영국에 알맞은 네트워크를 선택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습니다.
카메라로는 두 눈으로 보이는 풍경이 잘 안 담기는 게 참 슬픕니다. 저는 스코틀랜드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는지라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 따라 열심히 걸었습니다. 아마 뉴타운 쪽 다리에서 찍은 것 같습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저녁으로는 해기스와 돼지 스테이크, 스카치 에그를 먹었습니다. 해기스는 고소한 맛이었습니다. 호불호를 탈 것 같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전 미더덕 닭발 해삼 멍게 못 먹습니다 하하. 돌아가는 길에는 석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둘이서 넋을 놓고 한참 동안 사진만 찍었더래요~
칼튼 힐에서 바라보는 석양
친구가 칼튼 힐에서 석양을 보자고 했습니다. 늦었다간 해가 다 져버릴 거라는 위기감에 무작정 후다닥 언덕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언덕길을 올라가니 저 멀리 백파이프 연주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친구는 연주자분께 팁을 드리고 싶은데 현금이 없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글을 쓰며 사진첩을 들여다보니, 연주자 앞에 돈을 넣는 통이 없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 때의 낭만이 배가 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칼튼 힐 반대쪽에는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쪽에서 찍은 에든버러의 야경입니다. 역시 카메라는 실물을 못 담습니다.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냐고 묻길래 아무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평소에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지만, 언덕에서는 그저 풍경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 당시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 사진은 돌아가는 길에 찍은 다리 밑 골목길입니다. 친구가 저에게 '저기서 검정 롱코트 입고 서있으면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의 저는 검정 롱패딩에 두꺼운 목도리를 칭칭 감은 친근한 동네친구 모습이었습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맥도날드에서 야식을 먹었습니다. 탄산도 먹고 싶고 따뜻한 것도 마시고 싶어서 욕심 좀 부려 제로콜라와 뜨아를 같이 주문했는데, 돈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거기다 갤럭시 초콜릿과 콜라보를 한 캐러맬 아이스크림까지 한 입 하면..천국이죠?
처음으로 가본 호스텔 (CoDEe Pod)
그동안 에어비앤비만 써보다 처음으로 호스텔에서 숙박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예약해둔 덕에 1박에 3-4만원 정도에 머물 수 있었는데요, 친구 왈 침대가 구분되어 있는 아주 좋은 호스텔이라고 합니다. 화장실은 공용이지만 사람을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침구도 깨끗하고 따뜻했고요. 어쩌다보니 이번 호스텔에서 매일 밤 다른 버전의 방에서 자게 됐는데..(혼성6인실 분점, 여성전용 6인실 분점, 여성전용 10인실 본점) 이걸 주제로 글을 쓰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방마다 특징이 뚜렷했거든요.
스코틀랜드에서는 첫날부터 예상 외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일간의 여행 동안 실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 글을 쓰는 것도 너무나도 좋았던 여행을 오랫동안 추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에든버러에서의 3박 글래스고에서의 2박..모두 글로 남길 수 있겠죠? 작심삼일이 특기이니 3일 내로 글 작성을 모두 끝내야 하나 고민입니다.